생활경제

치과가면 하는 형태,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

헤이즈6 2025. 4. 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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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이가 아파서라기보다, 지갑이 아플까 봐 그렇다. 요즘은 병원도 서비스업이라지만, 치과는 좀 다르다. 칼만 안 들었지, 진짜 강도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가 시려서 가까운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내 입 안을 들여다보더니 하는 말.
“음… 신경까지 내려갔네요. 이거 신경치료 들어가야겠어요.”
“예? 그냥 시린 건데요…?”
“그냥 두면 신경 썩습니다. 나중에 더 큰돈 들어가요.”

그 말 듣고 나면 어쩔 수 없다. 괜히 나중에 고생할까 봐 무서우니까.
“네… 그럼 치료해주세요…”
속으론 ‘이번 달 카드값 어떡하지’ 한숨 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신경치료라는 게 꼭 필요한지 아닌지, 환자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신경치료 한 번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다음엔 크라운 씌워야 해요. 금속으로 하실래요, 세라믹으로 하실래요?”
“그게 뭐가 달라요?”
“세라믹은 더 자연스럽고 튼튼해요. 금속은 좀 보일 수 있고요.”
“그럼 세라믹으로요…”
“네, 그럼 45만 원입니다.”

그렇게 치료 하나 하러 갔다가 카드 결제는 두세 번 나뉘어 찍힌다. 치료는 치아 하나지만, 비용은 어금니에 가슴까지 아프게 한다.


또 다른 경우. 스케일링 받으러 갔는데, 갑자기 잇몸 얘기를 꺼낸다.
“잇몸이 많이 내려앉았어요. 이거 치주치료 들어가야겠네요.”
“에? 스케일링만 하러 온 건데요…”
“이 상태로 두면 이 빠집니다.”
또 무섭다. 결국 “네… 해주세요…” 하게 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험 안 되는 고급 치료가 시작된 거였다.

심지어 임플란트 상담받으러 갔더니 교정 얘기까지 나온다.
“어금니가 기울어져서요, 임플란트 하려면 먼저 교정하셔야 해요.”
“교정이요? 지금 나이에요?”
“턱이 틀어졌거든요. 이걸 안 잡고 하면 임플란트 위치가 안 맞습니다.”
그 말 들으면, ‘아… 그냥 이대로 놔두면 큰일 나는구나’ 싶어진다. 결국 교정, 보톡스, 물리치료까지 세트로 권유받는다. 진짜로 필요한 건지도 모르고, 카드 긁고 집에 와서 후회한다.

치과의사와 환자

▲치과는 ‘한 번에 결정하면 안 되는 병원’이다.

일러스트: Unsplash 의 MOMO Studio


물론, 모든 치과가 그런 건 아니다. 진짜 양심적인 병원도 많다. 치료 전에 충분히 설명해주고, 꼭 필요한 치료만 해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블로그 후기, 카페 평점, 지인 추천까지 총동원해도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면 분위기에 말려서 “네, 그렇게 해주세요…” 해버린다.

그래서 치과는 ‘한 번에 결정하면 안 되는 병원’이다.
첫 번째 방문: 진단 받기
두 번째 방문: 다른 병원에서도 상담받기
세 번째 방문: 최종 결정하기

요즘은 엑스레이도 CD로 복사해주니까, 다른 병원에서 다시 보여달라 하면 된다. 그리고 치료 시작 전에 꼭 물어보자.
“지금 이 치료 꼭 해야 하나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 세 가지 질문만 해도, 불필요한 치료 절반은 거를 수 있다.

치아는 한 번 건드리면 되돌릴 수 없다. 무심코 고개 끄덕였다가 평생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치료를 받는 것보다, 현명하게 치료받는 것이다.

치과, 아는 만큼 덜 당하고, 묻는 만큼 지킨다. 오늘도 치과 앞에서 멈칫하는 당신, 절대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당해봤다. 하지만 이제, 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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