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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윤거니 시리즈

제 12화 오늘도 윤거니

by 헤이즈6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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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지금 무슨 말을 한 겁니까”

 

대통령실의 어느 회의실, 윤거니는 요즘 들어 부쩍 ‘말’을 줄이기로 했다.

너무 많이 말해서 사고가 난다고 참모들이 귀에 못이 박히게 얘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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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거니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주변 참모들이 더 불안해졌다.

“각하,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십니까?”
“왜 말을 안 하시죠?”
“설마 아프신 겁니까?”

윤거니는 결국 못 참고 입을 열었다.

“나는 침묵으로 소통하고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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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이실장, 침묵을 가르치는 표정으로 손을 들고 말했다.
“그게 바로 비선정치 아닙니까…”

그러자 윤거니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날리며 말했다.

“말이 많으면 말려 죽는다네. 이게 다 선진국형 침묵정치요.”

그때 김대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치풍자
Pixabay_janrye

 

“각하, 그런데 어제 ‘도어스테핑’에서 말씀하신 ‘우리는 절대로 지지 않기로 결정한 나라다’

라는 발언이…약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윤거니는 눈을 감고 심호흡한 후 말했다.
“그게 왜? 우리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렇게 되는 거지.”

“근데 그게… 현실하고 좀 다르다는 반응이…”

윤거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현실이 틀린 거지. 내가 한 말은 항상 맞고, 현실이 나를 따라와야 한다니까.”

회의실이 고요해졌다.

 

그 침묵을 깬 건, 구청장 출신 고문관이었다.

“각하… 혹시 이번에도 언어의 ‘약간 과잉 표현’이셨던 걸까요?”

윤거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난 그냥 내 맘속 진심을 말한 건데, 왜들 이렇게 민감한 거요.
국민이 나를 이해 못하면, 국민이 반성해야지.”

 

순간, 회의실에 ‘크리미널 마인드’에나 나올 법한 침묵이 흐른다.
이참에 참모 1이 소심하게 던진다.

“각하, 혹시 다음에는 ‘우리는 반드시 부자 되기로 결정한 나라다’라고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윤거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다음은 ‘우리는 절대로 세금 안 내기로 결정한 나라다’로 가지.”

그러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외쳤다.

“각하, 역시 말씀 안 하시는 게 더 나으신 것 같습니다!”

 

윤거니는 오늘도 무언가를 말했고, 우리는 또 현실을 되새김질했다.
“그분의 언어는 언제나 시적 허용이다.”
하지만 시는 종종 해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은 말보다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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