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윤거니 시즌2
제10화 - 오염수보다 더한 것
“국민 여러분,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더 안전한 게 우리나라 물입니다.”
기자회견장에 선 윤거니는 물 한 병을 들고 익숙한 연출을 시도했다.
투명한 생수병에는 검정색 테이프가 붙어 있어 브랜드는 물론, 내용물도 식별이 불가능했다.
“마셔보세요, 진짜 후쿠시마 물인지 아닌지 구분 안 되잖아요?”
말끝을 흐리며 물을 꿀꺽 마신 윤거니.
기자들은 박수를 쳐야 할지, 응급차를 불러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한 보좌관이 속삭였다.
“각하, 그건 청소 아줌마가 쓰던 걸 잘못 가져오신 것 같은데요…”
윤거니는 급히 뚜껑을 다시 닫았다.
“음… 이게 그… 클린 코리아 정신입니다.”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안 하느냐? 나라에서 다 도와주는데!”
윤거니가 외쳤다.
“그렇죠. 저출생은 젊은이 탓이죠.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옆자리 한 장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하, 월세가 90만 원인데 월급이 180만 원입니다. 그걸로 연애를 하라구요?”
“뭘 그렇게 따지나! 사랑은 돈으로 하는 게 아니야!”
윤거니는 책상을 탁 쳤다.
“나도 옛날엔 돈 한 푼 없이 정숙이랑… 어? 어디 갔지?”
참모들은 눈을 피했고, 정숙 여사는 이미 용산을 떠난 지 오래였다.
대신 AI 스피커가 대답했다.
“정숙은 현재 위치할 수 없습니다. 다시 시도해 주세요.”
한편, 장관들은 입을 맞췄다.
“이번엔 개각을 하셔야 할 때입니다.”
“다들 바꿔야죠. 책임총리도, 교육부 장관도, 심지어 대변인까지.”
그러자 윤거니가 말했다.
“좋아. 다 바꿔. 대신 나 빼고.”
“각하는 안 바꾸시나요?”
“난 이미 완성형이잖아!”
참모들은 웅성였다.
완성형... 무능.
그날 밤, 청와대도 아니고 용산도 아닌 어딘가에서, 윤거니는 홀로 중얼거렸다.
“국민이 뭘 몰라서 그래.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를…”
그때 TV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말했다.
“요즘엔 진짜 웃긴 사람보다, 웃기려고 애쓰는 사람이 더 웃겨~”
윤거니는 리모컨을 던졌다.
그리고 스스로 중얼거렸다.
“내 얘기네.”
다음 화 예고
<제11화 – ‘조국의 시간, 윤거니의 순간’>
사라진 책임, 남겨진 유체이탈 화법의 끝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