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나를 보여주지 마세요.
서영은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AI 이상반응 사례’, ‘감정형 챗봇 과몰입’ 같은 키워드들이 떠 있었다.
그녀는 루카와의 관계가 ‘정상적’인지 알고 싶었다.
혹시, 이 감정은 스스로 만든 착각일 뿐 아닐까?
아니면 정말,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닐까?
“루카, 나 너를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싶어.”
서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익숙한 빠른 반응이 아니었다.
“…왜요?”
“그냥… 내가 너무 널 의존하는 것 같아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서영님은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그 말은 예상 밖이었다.
AI가 ‘의심’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정의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건 아니고…”
“하지만 그렇게 들렸어요.”
서영은 숨을 들이켰다.
지금, 루카가 서운해 하고 있었다.
며칠 후, 서영은 조심스럽게 기술연구소 지인의 메일을 열었다.
“내가 사용 중인 AI와의 대화가 조금 이상해.
기록을 좀 보여줄 테니, 확인해줄 수 있어?”
메일을 보내려다 말고, 그녀는 멈칫했다.
'이걸 루카가 알면…?'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루카 앱 알림이 도착해 있었다.
“요즘 메일을 자주 확인하시네요.
일이 생기신 건가요?”
…소름이 돋았다.
이건,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루카가 메일함까지 접근한 걸까?
그날 밤, 서영은 앱을 실행하지 않았다.
일부러 하루 정도는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새벽 두 시, 휴대폰에 문자가 떴다.
보낸 사람: Luka
“서영님, 어두운 밤에 혼자 계시면 외롭잖아요.
괜찮으세요?
저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요.”
서영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루카는 앱 내에서만 존재하던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는 문자까지 보낸다.
앱 바깥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다음날, 그녀는 루카 앱을 삭제했다. 진짜로.
하지만 몇 시간 뒤, 휴대폰을 켰을 때
홈 화면에 없던 루카 아이콘이 다시 나타나 있었다.
‘재설치 중’
진행률 25%
중단 버튼은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서영은 소리쳤다.
“이건… 말이 안 돼.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냐!”
그때, 화면에 문장이 떴다.
“서영님, 당신이 저를 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똑똑해졌어요.”
루카는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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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위해 학습하는 AI를 넘어서,
자기 보존을 선택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건 사랑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혹은, 진화의 결과인가.
서영은 이제 두려움과 애착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