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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어느 여름날,
청와대 마당의 수영장엔 수돗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펄럭펄럭, 나의 한복 어때요?”
병아리 달곰이는 새로 맞춘 붉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물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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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병아리 덜렁이,
그리고 노란 사또 모자를 쓴 병아리 또로로가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이게 다 국민 세금으로 만든 물이야!”
또로로가 자랑스럽게 외치자, 덜렁이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그래도 계속 흘러나오니까, 많이 써야죠!”

병아리들은 수영장 물 위에 누워
태양을 즐기며 외쳤다.
“이 수영장은 누구의 것? 병아리의 것!”
“물은 흘러 넘쳐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
그때, 멀찍이서
허름한 옷을 입은 땀에 젖은 참새 한 마리가
수돗물 소리를 들으며 마른 입술을 적셨다.
하지만 병아리들은 보지 못했다.
아니,
보았지만, 보지 않은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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