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윤거니 – 시즌 2 제6화
《명예로운 후퇴, 자진사퇴의 미학》
"내가 물러난다고? 그건 국민이 원하지 않아요."
기자 회견장에서 윤거니 대통령은 단호했다.
안경을 고쳐 쓰며, 그 유명한 특유의 0.5초 정적 후 웃음소리.
“하하. 후퇴는 적이 하는 겁니다. 우리는 전진만 있어요. 끝없이.”
하지만 그날 아침, 청와대 구내식당에서는 아주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각하… 이번엔 진짜 위기입니다. 국정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비서실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보고했다.
윤거니는 된장찌개를 휘휘 젓다가 말했다.
“된장 맛이 안 나는 건, 기자들이 된장을 못 알아봐서 그래요.”
“네…?”
“우리는 전통을 지켜야 해요. 된장도, 권력도 묵혀야 깊은 맛이 나지.”
그는 유유히 깍두기를 입에 넣으며, 마치 물러날 기미는 털끝만큼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끝까지 국민을 위해 버틸 겁니다. 국민이 날 원하니까.”
하지만 청와대 구석방에서는 또 다른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른바 '명예로운 자진사퇴 시뮬레이션'.
홍보수석은 열띤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각하, 자진사퇴는 도망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역사의 미덕으로 남는 선택이죠!”
“자네가 역사를 알아? 내가 직접 써 내려가는 사람이야.”
“그게 바로 문제입니다…”
누군가 속으로 웅얼거렸으나, 마이크가 켜져 있던 건 그때였다.
순간, 상황실은 얼어붙었다.
윤거니는 조용히 의자를 밀었다.
“좋아. 그럼 내가 직접 자진사퇴 문구를 써보지.”
비서진들은 놀라며 박수를 쳤다.
드디어, 드디어 그날이 오는가.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제가 물러나면 나라가 주저앉습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이 물러나주세요. 나라에서.”
순간 모두 얼어붙었다.
홍보수석은 노트북을 덮었고, 비서실장은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브리핑룸에서 비상 탈출구를 검색했다.
그리고 윤거니는 미소 지었다.
“자진사퇴? 나는 자진해서 대통령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야.
역사에는 남겨야 할 게 있어요. 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
그날 오후, 청와대 벽면에는 새로운 액자가 걸렸다.
<전진만이 길이다 – 윤거니 어록 1224번>
그의 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물러나야 할 때를 모르는 리더,
그 이름은 오늘도—윤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