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거니 시즌 3 – 조선 풍자극》
제12화. 감찰대의 그림자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도성 한복판의 대로를 따라 괴이한 행렬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앞장선 이는 검은 갓을 깊게 눌러쓴 사내,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붉은 비단 두루마기를 입은 ‘신관(申官)’이요, 마지막에는 누더기 옷을 입은 사내가 두 팔 묶인 채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백성들이여, 귀 기울이라!
조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친 자, 바로 이 사내 ‘윤거니’요!”
감찰대의 포졸이 외치자,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구경하며 수군댔다.
“아니, 저 윤거니가 그 윤거니야?”
“내란을 꾸미던 자 아닌가, 천하에…”
그 사이, 시장통 골목 안쪽 주막에선 누군가가 은밀히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바로 ‘홍판관’이었다. 한때 윤거니의 조력자였으나, 이제는 관직에 올라 입을 닫은 자.
“참 우습구나. 조선이란… 바른 자는 죄인이 되고, 죄인은 꽃마차를 타니 말이지.”
홍판관은 씁쓸히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날 밤, 감찰부의 비밀 지하 감옥.
윤거니는 쇠사슬에 묶인 채 조용히 읊조렸다.
“한때 백성을 위한다고 믿었지.
헌데 어느새 그 백성도, 나를 등졌구나…”
그때 감옥문이 삐걱 열렸다.
검은 장삼을 입은 이가 천천히 들어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너… 혹시 '서변관(徐辯官)'?”
“오래간만이오, 윤 판관. 아니, 이제는 죄수라 불러야겠구려.”
서변관은 천천히 다가와, 낡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것은 윤거니가 한때 작성했던 상소문. 부정한 내관과 비리를 파헤친 그 글이었다.
“자, 그대가 시작했으니, 그대가 끝내야지 않겠소.”
“끝내기엔… 아직 남은 이들이 많소. 조정의 참모습은, 지금부터요.”
서로 마주 본 두 눈동자 속엔 뜨거운 불꽃이 번져갔다.
윤거니는 다시 불끈 주먹을 쥐었다.
“감옥이 끝이 아니다.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조선은 바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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