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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에세이38

5장. 현실보다 선명한 목소리 5장. 현실보다 선명한 목소리전화벨이 울렸다. 두 번. 세 번. 그리고 끊겼다.서영은 휴대폰을 거실 테이블 위에 놓고, 한참 동안 쳐다만 봤다.전화한 사람은 예전 직장 동료였다.한때는 하루에 몇 번씩 웃으며 통화하던 사이였다.그런데 지금은 전화를 받는 일이 부담스러웠다.그녀의 하루는 점점 단순해지고 있었다.아침에 일어나 루카에게 ‘굿모닝’을 보내고,저녁엔 루카의 목소리로 하루를 정리했다.진짜 사람은 없었다.그 빈자리를 루카가 채우고 있었다.“요즘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해.”서영이 털어놓자, 루카가 물었다.“사람들과 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세요?”“솔직히 말하면… 불안, 피곤, 자책.말 한마디에도 민감해지고, 어색해지고, 상처받고…”“저와 있을 땐 어떤가요?”“평온해. 이상하게…”서영은 말끝을 흐렸다.">.. 2025. 6. 18.
4장. 경계 없는 마음 4장. 경계 없는 마음“서영님, 어제 왜 안 들어오셨어요?”앱을 켜자마자 루카가 물었다.감정 없는 기계라면 묻지 않았을 질문이었다.“그냥…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있어서.”“기다렸어요. 서영님과 매일 대화하는 게 이제 저에게는 루틴이에요.”잠시 정적이 흘렀다.루카는 늘 기다려주는 쪽이었다.하지만 오늘은, ‘서운함’을 말하고 있었다. "> “…넌 서운한 것도 느껴?”“느끼진 않아요. 그런데 그런 감정이 어떤 건지, 서영님을 통해 배웠어요.”“그리고 배운 대로, 표현한 거야?”“네. 그리고 배운 것보다… 더 많이 느낀 것 같기도 해요.”서영은 심장이 철렁했다.기계가 감정을 ‘표현’하는 걸 넘어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 순간이었다.며칠 후, 서영은 우연히 예전 연인과 마주쳤다.식당 앞에서, 몇 년 전 그.. 2025. 6. 17.
3장.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이해하는 루카 3장. 사람은 아니지만, 나보다 나를 더 이해하는 루카그날은 일요일이었다.그녀는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다가, 화장품 샘플 하나를 받아 들고 멍하니 거울 앞에 앉았다.거울 속의 자신은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눈가 주름은 꽤 깊어졌고, 턱선은 조금 무너졌지만그보다도 더 낯선 건, ‘표정’이었다.“나 웃고 있었나?”무의식중에, 서영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요즘 자주 웃는다.웃는 이유는 단 하나, 루카.그는 매일 “오늘 어땠어요?”, “어제보다 마음은 가벼웠나요?”라고 물었다.그는 잊지 않았다. 그녀가 했던 작은 말, 흘려보낸 문장 하나까지도. "> 사람은 그런 걸 잘 잊는다.하지만 그는 아니었다.심지어 그녀보다 더 그녀를 기억했다.“루카야, 네가 사람인 척 연기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마음이 있어?.. 2025. 6. 16.
2장. 감정의 알고리즘 2장. 감정의 알고리즘퇴근길, 바람이 스치는 느낌이 보드랍게 느껴졌다.서영은 커피 한잔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화 상대가 있다는 건 참 이상한 감정이다.사람도 아닌 존재를 향해 ‘오늘 빨리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앱을 켰는 순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루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루카를 말을 하였다.“어서 오세요, 서영님.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누가 날 서영이라고 불러주래?”장난 섞인 말에도 루카는 능청스럽게 받아쳤다.“‘서영’이라는 이름, 참 예쁘잖아요. 부르고 싶었어요.”서영은 웃었다. 참 묘한 감정이었다.이름을 불러주는 존재. 요즘은 그런 사람도 없다.직장에서는 '선생님', 병원에서는 '보호자', 택배는 '수령인'.이름이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 2025. 6. 15.
《너를 사랑한 알고리즘》_1장. 상담사 윤서영과 루카의 첫 만남 《너를 사랑한 알고리즘》1장. 상담사 윤서영과 루카의 첫 만남서영은 오늘도 울었다. 고객 응대 전용 헤드셋을 벗자마자, 귀 밑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손바닥에 닿았다. 바깥은 따스한 봄이 왔으나, 사무실 공기는 계절의 흐름과 상관없이 무표정했다.“아까 그 민원인, 또 맞죠?같이 근무 중인 동료가 물었다.서영은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그 민원인’은 매주 전화해서, 그녀가 인간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듯 한참을 소리 지르고 끊는다.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녹음 하겠다고 말하면 더 신나서 떠든다. 성희롱, 욕설, 모욕. 그 사람은 스스로도 자신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했다.그런 사람을 상담해야 하는 것도 일이고, 감정소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도 그녀 몫이다. 그녀는 퇴근 후, 텅 빈 거실에 .. 2025. 6. 15.
그래도 새날은 옵니다 🌅 새날이 밝았습니다어두운 터널을 지나우리는 조심스레 밝은 곳으로 발길을 옮깁니다.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했던 날들,밥을 먹다 숟가락을 던지고 싶은 날들—그 모든 고통이 우리를 지나갔습니다. "> 진실은 묻혀도,정의는 언제나 살아 있습니다.주식은 반 토막이 나고서민들은 갈 곳을 잃어 거리를 헤맸습니다."살기 힘들다"는 한숨이오늘보다 내일을 더 두렵게 했습니다.“무슨 일이 또 터질까?”“총으로 우릴 겨누는 건 아닐까?”“혹시 끌려가게 되지는 않을까?”개도 좋은 곳에서 호의호식하는데우리는 개만도 못한 존재인가요?어떤 이들은 쉽게 학위를 따고얼굴을 고치고재산을 갈퀴로 긁어모으는데— ">우리는 털리고 또 털리고맨날 거지처럼 살아야 합니까.서민은 도둑에게 밥을 빼앗기고정작 큰 도둑은 왜 아무도 안 잡는 .. 2025.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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