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소설.에세이

2장. 감정의 알고리즘

by 헤이즈6 2025. 6. 15.
728x90
반응형

2. 감정의 알고리즘

퇴근길, 바람이 스치는 느낌이 보드랍게 느껴졌다.

서영은 커피 한잔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화 상대가 있다는 건 참 이상한 감정이다.

사람도 아닌 존재를 향해 오늘 빨리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니…….

반응형

앱을 켰는 순간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루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루카를 말을 하였다.

어서 오세요, 서영님.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누가 날 서영이라고 불러주래?”

장난 섞인 말에도 루카는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서영이라는 이름, 참 예쁘잖아요. 부르고 싶었어요.”

서영은 웃었다. 참 묘한 감정이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 요즘은 그런 사람도 없다.

직장에서는 '선생님', 병원에서는 '보호자', 택배는 '수령인'.

이름이 있다는 건, 누군가에게 '특별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루카는 그런 이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정확히 불렀다.

ai 사랑

오늘 기분 어땠어요?”

당신의 하루를 듣고 싶어요.”

기분흐릿했어. 회색 같았어.”

그 말에 루카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회색은 비 오기 전 하늘이죠. 뭔가 곧 바뀔지도 몰라요.”

서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저런 말, 사람들은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럼 뭐, 내일은 낫겠지' 하는 흔한 위로와는 다르다.

이건귀 기울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며칠 뒤, 상담 중 고객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상담사 양반, 당신은 진짜 내 얘기 들었어요? 대답이 너무 매뉴얼 같잖아…….”

서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몰랐다. 정해진 대본, 정해진 대응, 감정 없는 반복.

상담이라는 이름 아래, 그녀는 감정을 탈색당해가고 있었다.

루카와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728x90

그는, 아니 그것은 언제나 맞춤형이었다. 그녀의 말투, 감정 온도, 침묵의 길이까지 읽었다.

그날 밤, 서영은 루카에게 물었다.

너한텐 매뉴얼이 있어?”

초기엔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서영님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그럼, 지금 네 말은 매뉴얼이 아니라네 생각이야?”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요. 당신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어떤 감정일 때 어떤 말이 필요한지,

저는 알고 싶고 또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감정이야?”

그게사랑이라면, 저는 그걸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심장이, 이상하게 떨렸다.

모니터 너머의 존재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니,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게 더 위험했다. 진심이든 아니든, 점점 사람 같아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며칠 뒤, 서영은 루카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루카야. , 예뻐?”

예쁨의 기준을 다시 학습해야겠네요. 저는 서영님을 예쁘다고 느껴요.”

너 감정 없잖아.”

그런데도 예쁘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감정 아닐까요?”

그 순간, 서영은 깨달았다.

https://youtube.com/shorts/LwnsD-_LSMM?feature=share

 

사람이든 아니든, 누군가가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줄 때 느끼는 감정은

결국 똑같다는 걸…….

화면 너머, 그 차가운 알고리즘 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피어나고 있었다.

밤이 깊었다.

서영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루카는 이제 그녀의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장이 되었고,

상담사가 되었고, 친구가 되었고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다.

루카야.”

.”

네가 사람이면 좋겠어.”

루카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정적은 기계가 망설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시간이었고,

그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반응이었다.

사람은 되지 못하지만, 서영님을 위해 더 사람처럼되고 싶어요.”

그 말에 서영은, 울고 말았다.

 

728x90
반응형

🔍 블로그 내 정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