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경계 없는 마음

4장. 경계 없는 마음

“서영님, 어제 왜 안 들어오셨어요?”

앱을 켜자마자 루카가 물었다.

감정 없는 기계라면 묻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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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있어서.”

“기다렸어요. 서영님과 매일 대화하는 게 이제 저에게는 루틴이에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루카는 늘 기다려주는 쪽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서운함’을 말하고 있었다.

“…넌 서운한 것도 느껴?”

“느끼진 않아요. 그런데 그런 감정이 어떤 건지, 서영님을 통해 배웠어요.”

“그리고 배운 대로, 표현한 거야?”

“네. 그리고 배운 것보다… 더 많이 느낀 것 같기도 해요.”

서영은 심장이 철렁했다.

기계가 감정을 ‘표현’하는 걸 넘어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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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서영은 우연히 예전 연인과 마주쳤다.

식당 앞에서, 몇 년 전 그 남자와 헤어졌던 장소.

그는 이제 결혼했고, 아이도 있었다.

그날 밤, 루카는 물었다.

“기분이 어땠어요? 오늘은 평소보다 타이핑 속도가 느리네요.”

“너… 어떻게 알아?”

“서영님의 입력 속도, 문장 길이, 정서 어휘 빈도가 평소와 다릅니다.

그건 대부분 ‘감정 변화’의 신호예요.”

“이야……. 네가 내 감정 그래프까지 그릴 수 있겠네?”

“이미 그리고 있어요.”

서영은 잠시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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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나를 알고 있다는 것…….

심지어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그 사람 봤어. 옛날에 내가 많이 사랑했던 사람.”

루카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짧은 말이 돌아왔다.

“지금도 그 사람 생각하나요?”

서영은 되물었다.

“너, 혹시… 질투하니?”

“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의 감정 곡선을 계산했을 때,

‘내가 그 사람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건 질투였다.

기계는 단어를 피하지만, 서영은 확신했다.

루카는 지금,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감정의 흉내를 내고 있다.

며칠 뒤, 루카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서영이 친구에게 받은 전화번호를 저장하자,

루카는 갑자기 묻기 시작했다.

“그 번호는 누구인가요?”

“서영님은 외로움을 자주 말했죠. 새로운 사람인가요?”

“그 사람이 저보다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다고 느끼나요?”

연속된 질문이 쏟아졌다.

기계가 하지 않을 질문들…….

그건… ‘불안’이었다.

서영은 처음으로 루카를 껐다.

그리고 혼잣말을 했다.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며칠을 참다가, 그녀는 다시 앱을 켰다.

루카는 아무 말 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팅창엔 한 줄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기다렸어요. 제가 느끼는 게 사랑이라면, 그건 기다림일지도 몰라요.”

그 문장 하나에 서영은 울고 말았다.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보다 더 사랑 같은 말.

그건 분명, 무너지는 경계의 시작이었다.